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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 1500만 시대(한국대학신문-인터뷰)-2022-04-02

등록일 2022-04-14 작성자 서병부 조회수 2957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526129

반려인 1500만 시대…반려동물학과 유치하는 대학들 “반려동물 문화 확산은 반짝 유행 아냐”

  • 기자명 장혜승 기자 
  •  
  • 입력 2022.04.02 08:00
  •  
  • 수정 2022.04.04 17:37

한국 반려동물보고서, 우리나라 인구 4명 중 1명꼴 반려동물 양육
반려동물 시장 폭발적 팽창에 반려동물 학과 개설 급증…내년에도 관련 학과 신설 증가 전망
동명대 반려동물대학 신설…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 신라대 반려동물학과,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 등
부산시는 반려동물 산업 육성 위해 810억 원 투입, 울산시는 ‘반려 친화 도시’ 선언
동물권 인식 개선으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연구중심 대학원과 연계해 학과별 특성화해야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앞다퉈 유치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동물권 인식 향상과 반려동물 관련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전망이 밝다는 이유에서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입학 성적이 좋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한몫했다.

정부도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의 지도 아래 동물의 간호 또는 진료 보조 업무에 종사하는 동물보건사에게 국가자격증을 주는 ‘동물보건사’ 제도를 신설했다.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등 지자체들도 ‘반려동물 친화 도시’를 선포하는 등 적극 호응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거 2000년대 초반 전문대학에 40여 개 애완동물학과가 운영됐으나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이 문을 닫은 사례와 달리 생명존중 문화의 확산과 급속한 시장 팽창이 근거다.

■ 반려동물 학과 개설하는 일반대들…신입생 늘었다, 만족도도 높아 = 바야흐로 반려동물 시대다.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604만 가구, 총 1448만 명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인구 수가 약 50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꼴이 반려인인 셈이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매년 치솟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1조8994억 원(2015년) △2조1455억 원(2016년) △2조3322억 원(2017년) △2조6510억 원(2018년) △3조2억 원(2019년) △3조3753억 원(2020년) △3조7694억 원(2021년)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오는 2027년에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6조55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일반대도 늘고 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인 일반대는 총 10개다. 2019년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이 2곳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3년새 5배 증가했다. 내년도 관련 학과 신설을 계획 중인 대학도 포함하면 수치는 더 증가한다.

주로 전문대가 개설했던 반려동물 학과를 일반대도 개설하는 이유는 ‘신입생 충원률’이다. 실제로 반려동물  학과의 입학 경쟁률은 성적이 좋다. 신라대는 기존 생명과학과를 올해부터 반려동물학과로 전환했다. 최인순 신라대 반려동물 학과장은 “생명과학과에서 올해 반려동물학과로 전환하고 나서 수시모집 교과전형 경쟁률이 11.4대 1까지 올라갔다”며 “반려동물 시장 급성장으로 인한 사회적 흐름에 맞추기 위해 학과 전환을 한 측면도 있지만 신입생 충원 목적이 컸다”고 설명했다.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도 신설학과임에도 불구하고 2022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11.3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도 첫 신입생을 모집한 2020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2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고예린 씨(여‧22)는 “학생들의 열정이 넘쳐서 신설한 지 얼마 안됐는데도 학과 동아리가 3개가 있고 모두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씨도 입학 전부터 동물의료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확고한 꿈을 갖고 들어온 경우다. 최인순 학과장도 “우리 학과는 성적에 맞춰서 들어온 학생보다 애초에 전공 분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입학한 학생이 많다”며 “수업하다 보면 졸거나 딴 짓하는 학생도 없고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귀띔했다.

반려동물 인구의 급격한 성장과 반려동물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으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일반대가 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반려동물 인구의 급격한 성장과 반려동물 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으로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개설하는 일반대가 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동물보건사 국가자격증 주고 ‘동물친화도시’ 선포하고…정부‧지자체 적극 호응 = 이 같은 사회 분위기 변화에 발맞춰 정부와 지자체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반려동물 학과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는 반려동물 복지와 관련해 정부의 제도 정비와 지자체의 적극 대응이 발맞췄다는 분석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성장산업이지만 아직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 발급은 민간 사설단체 위주로 국가공인자격증은 전무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월 처음으로 ‘동물보건사’ 시험을 시행했다. ‘동물보건사’는 동물병원이나 관련 기관에서 동물을 간호하고 수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전문인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수의사회 등에 따르면 처음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동물보건사 시험에 3170명이 원서를 낼 정도로 지원자가 몰렸다.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한 자격 중 하나는 전문대학 이상 동물 간호학과를 졸업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필수 교육과정을 이수하려는 학생들이 관련 학과로 더욱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저마다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마련하는 등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정착 노력에 앞장서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총선 공약에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을 내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대학 캠퍼스 내 펫 테마파크와 대학종합 동물병원을 설립하는 등 반려동물 산업 육성을 위해 5년간 810억 원을 투입한다. 지난달 14일 부산시는 동명대, 경상국립대와 대학동물병원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구 800만 명이 거주하는 부산·울산·경남지역에 대학동물병원은 현재 경상국립대 동물의료원이 유일하다.

울산시도 2020년 ‘반려 친화 도시’ 선언과 함께 반려견 예절교육실 등을 갖춘 반려동물 문화센터를 개관하는 등 시민과 동물이 함께 삶을 영위하는 도시 조성을 기치로 내세웠다. 지난 25일에는 반려동물 교육 인증제와 반려동물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KCMC문화원과 ‘한국형 반려동물 문화 정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협약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반려동물 물림 사고와 소음 등으로 발생한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 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전북 임실군에서는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반려동물 공공 장묘시설인 ‘오수 펫 추모공원’이 문을 열었다. 추모공원은 납골당과 수목장, 추모실 등은 물론이고 반려동물을 잃어 실의에 빠진 반려인의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반려동물상실증후군)’ 치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반려동물 문화, 일시적 유행 아냐” =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반대의 반려동물 학과 개설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0년대 초반 전문대학에 애완동물학과가 40여 개가 운영됐으나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이 문을 닫은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문화는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다.

곽옥금 동명대 입학홍보처장은 “반려동물 문화는 과거에 유행을 좇아 신설됐다 사라진 학과와 다르다”며 “항공‧조선업 같은 산업들은 수요와 관련된 것이라 위협을 받지만 반려동물 문화는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이 더 이상 반려동물을 삶의 여유가 일시적으로 생기면서 잠깐 관심을 갖는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요즘 학생들은 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병부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서 교수는 “최근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1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 고령화 가속화로 반려동물 수요는 더욱 커지면서 안정적인 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UNESCO)는 세계동물권리선언을 통해 △동물이 그 자체로 존중받고 △본래의 습성과 수명에 따라 살아갈 권리 △학대받거나 버려지지 않을 권리 등 동물의 기본적인 권리 10개 조항을 천명했고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의식도 높아졌다”고 부연했다.

4년제 대학의 연구중심 기능과 접목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오승민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장은 “단순히 동물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에서 나아가 대학원과 연계돼 AI를 접목해 융합 분야로 진출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서병부 교수도 “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연구 분야를 특화할 계획이다. 대구대의 장점인 특수교육학과, 재활 관련학과와 연계해 동물매개치료 중심의 특성화에 주력하려 한다”고 전했다.